▶ 이자율 급등에 바이어 시장 이탈 가속화
▶ 빠르면 올여름부터 시장 열기 냉각 전망도 나와
모기지 이자율이 또 큰 폭으로 올랐다. 이자율이 불과 한 달 사이에 2% 포인트나 오르면서 주택 구입 능력을 상실하는 바이어가 속출하고 있다. 심각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고금리 정책이 주택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주택 가격 상승 전망을 하향 조정하는 경제 기관도 늘고 있다. 올여름부터 본격적인 주택 시장 둔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예측도 나오기 시작했다. 모기지 이자율 급등이 향후 주택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해 본다.
◇ 이자율 한 달 사이 2% 포인트 급등
부동산 시장 조사 기관의 향후 주택 가격 상승치 전망이 줄줄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 모기지 이자율이 기존 관측보다 빠르게 오르면서 주택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최근 모기지 이자율은 무서운 속도로 상승 중이다. 30년 만기 고정 이자율은 불과 한 달 사이 3.11%에서 5.11%로 무려 2%포인트나 치솟았다.
지난해 말 각 경제 기관은 올연말에 이르러서야 모기지 이자율이 최고 4%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데 불과 4개월 만에 시장 이자율은 기존 전망치를 크게 앞지르며 주택 시장을 위협 중이다. 이자율 급등으로 인해 주택 구입 능력을 상실한 대기 바이어들은 주택 시장에서 하나둘씩 밀려나고 있는 상황이다. 비자발적 시장 이탈로 수요가 감소하면 주택 가격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 질로우, 올해 집값 상승폭 18% → 15%
현재 각 부동산 시장 조사 기관도 현재 상황을 반영, 기존 주택 가격 전망을 하향 조정에 나서고 있다. 여러 기관 중 가격 공격적인 주택 가격 상승 전망을 내놓은 기관은 온라인 부동산 정보 업체 질로우였다. 질로는 올해 주택 가격이 약 18% 급등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최근 이 같은 전망치를 15%로 낮췄다. 질로우는 “모기지 이자율 급등에 바이어들의 주택 구입 능력이 예상보가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다”라며 “현재 매우 낮은 수준의 주택 매물량도 당초 우려보다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라며 전망을 낮춘 이유를 설명했다.
질로우의 지적대로 주택 구입 능력은 현재 하루가 다르게 악화 중이다. 모기지 대출액 50만 달러 기준, 지난해 12월 말 시장 평균 이자율인 3.11%를 적용하면 월 페이먼트는 대략 2,138달러다. 하지만 최근 5.11%로 급등한 이자율이 적용되면 월 페이먼트는 2,718달러로 치솟고 원리금 증가분을 30년 만기로 환산하면 무려 20만 8,800달러에 달한다.
◇ 전국 65% 도시 집값 ‘과대평가’
질로우가 내놓은 주택 가격 상승 전망은 현재 여러 기관 중 가장 공격적이다. 부동산 시장 정보 업체 코어로직은 향후 12개월간 주택 가격 상승폭이 5%대로 낮아질 것이란 전망을 최근 내놓았고 ‘모기지 은행업 협회’(MBA)의 경우 올해 주택 가격이 최고 4.8% 오르는데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국영 모기지 보증 기관 패니메이는 올해 주택 가격이 11.2%의 두 자릿수 비율로 급등세를 이어가겠지만 2023년에는 상승폭이 4.2%로 대폭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 시장 거품론에 대한 우려도 나오기 시작했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은 ‘주택 시장에서 감지된 거품 신호’란 제목의 최근 보고서를 통해 최근 주택 가격 동향에 대해 조심스러운 우려를 제기했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은 주택 가격이 여러 경제 여건을 기준으로 봤을 때 비정상적인 속도로 오르고 있다는데 주목했다.
연방준비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현재 주택 시장은 2000년대 초 활황기 이후 처음으로 여러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며 “주택 가격 상승이 경제 펀더멘털과 엇박자로 상승하고 있다는 확실한 경제 지표들이 나타나고 있다”라고 경고했다. 코어로직도 주택 가격이 과대평가된 지역이 늘고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코어로직이 전국 400개 도시의 주택 시장 위험 지수를 분석한 결과 65%가 넘는 도시의 주택 가격이 이미 과대평가된 상태다.
◇ 80년대 초 고이자율 재현될까 최근 인플레이션 현상을 살펴보면 70년대를 떠올리게 된다. 당시 오일쇼크로 인해 심각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는데 연방준비제도의 노력 끝에 잡히긴 했다. 하지만 시장에 상당한 고통이 뒤따랐다. 연방준비제도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취한 조치는 기준 금리 인상이었다. 여러 차례에 걸쳐 금리를 올린 끝에 인플레이션이 잠잠해졌지만 모기지 이자율이 18%까지 치솟는 등 당시 주택 구입자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줬다.
40년이 지난 지금도 비슷한 상황이 재연되는 듯하다. 우려할 만한 수준의 인플레이션 상황에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조치가 이미 시작됐고 일부에서는 모기지 이자율이 80년대 초와 같이 급등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부동산 컨설팅 기관 존 번스 리얼에스테이 컨설팅의 데빈 백맨 부대표는 “일부 소비자들에게 주택 구입이 불가능할 정도 현재 모기지 이자율이 오른 상태”라며 “모기지 대출 능력을 상실한 구입자들이 이미 주택 시장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라고 최근 이자율 급등이 주택 시장에 미치고 있는 영향을 설명했다.
◇ 빠르면 여름부터 시장 열기 식는다
주택 거래가 줄고 집값을 내리는 셀러가 느는 등 주택 시장 둔화 신호가 나타나긴 했지만 아직까지 주택 시장의 열기는 여전한 모습이다. 일부 주택 시장 전문가들은 모기지 이자율이 5%를 넘을 경우 주택 시장 열기가 본격적으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 4월 21일 기준 모기지 이자율(30년 고정)은 결국 5.11%로 5%를 돌파했다. 그렇다면 주택 시장 열기는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식기 시작할까?
백맨 부대표는 주택 시장 둔화 시기로 빠르면 올여름을 지목했다. 여름철은 그해 주택 거래의 대부분이 이미 진행된 시기로 주택 거래를 마친 바이어와 셀러들이 본격적인 휴가철에 진입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 매물 대비 대기 수요가 워낙 탄탄해 주택 시장 냉각 시기가 올여름 이후로 지연될 가능성도 크다. 모기지 이자율과 집값이 동반 상승하면서 일부 바이어들이 시장을 이탈하고 있지만 이를 대체할 수요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 인플레이션 잡으려면 주택 시장 둔화 필요
부동산 매체 하우징 와이어의 로건 모타사미 연구원은 모기지 이자율 상승으로 주택 시장이 냉각된다면 전반적인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높은 이자율과 주택 가격으로 인해 현재 주택 소유주들이 모기지 페이먼트로 지출하는 금액은 가구 소득의 평균 31%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비율로 최근 나타나고 있는 인플레이션 원인 중 상당 부분이 바로 이 주거비가 차지하고 있다. 모기지 이자율 상승으로 주택 시장 열기가 가라앉는다면 현재 심각한 수준의 인플레이션 해소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